영화의 줄거리
1997년 5월의 날 좋은 어느 날, 주인공 진석의 가족들은 새 집으로 이사한다. 1년 전 교통사고로 왼쪽 다리를 절게 된 형, 유석과 부모님, 진석은 각자 짐을 방으로 옮긴다. 형과 같은 방을 쓰게 된 진석은 새 집에 빈 방이 있는데도 왜 방을 함께 쓰는 것인지 의문을 가진다. 그 날 저녁,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준비하는데 2층의 빈 방에서 쿵쿵대는 소리가 들리고, 그 소리는 진석만 듣게 된다. 그 빈 방은 절대 들어가지 말라는 아버지의 당부가 있었기에 진석은 더 이상 방에 대해 묻지 않는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방에 들어와 헤드셋을 끼고 이문세의 '옛사랑' 노래를 듣는데, 헤드셋을 뚫고 들어오는 쿵 소리에 진석은 다시 한 번 빈 방 문 쪽을 쳐다본다. 진석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방문을 열어보려하는데 형이 나타나 진석 대신 굳게 잠긴 문 안 쪽에서 들리는 소리를 확인한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자 둘은 짧은 산책을 다녀오자며 밖으로 나간다. 언덕 위 야경을 보며 대화를 나누는데, 형에게 걸려온 아버지의 전화에 유석은 진석에게 잠깐 기다리라하고 먼저 집 쪽으로 걸어내려간다. 하지만 먼저 내려가던 유석은 처음보는 남자들에게 납치를 당하고, 그것을 목격한 진석이 형을 구하려 달려가지만 그는 봉고차에 납치되어 버린다. 진석은 차 번호를 외우고 부모님에게 이 사실을 알린 후 졸도한다.
다음 날, 형에게서 아무런 연락이 없자 경찰에게 신고를 하지만 경찰은 진석이 목격한 번호는 전국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이야기 한다. 며칠 째 형의 소식이 들리지 않자 신경쇠약에 시달리는 진석은 알 수 없는 남자가 나오는 꿈을 매일 밤마다 꾸게 된다. 그리고 그는 맞은 편 빈 방에서 계속해서 들려오는 의문을 소리에도 시달린다. 유석이 납치된 지 19일 째 되던 날 아침, 유석이 집으로 돌아왔고, 유석은 납치 된 19일 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기억을 못 한다.
형이 돌아온 다음 날 아침, 진석은 늘 먹는 신경쇠약 알약을 먹으려다가 약이 싱크대 밑으로 떨어져 먹지 못하고, 2층에서 내려온 형과 함께 아침밥을 먹는다. 유석은 먼저 학교로 향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고, 집을 나가던 유석의 뒷모습을 보던 진석이 그를 부른다. 그리고 그에게 왜 왼쪽이 아닌 오른쪽 다리를 저냐고 묻는다. 유석은 장난치지 말라며 그대로 집을 나서고, 진석은 자신이 잘못 본 거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대학 입시를 위해 공부를 하던 진석은 그대로 책상에 엎드려 잠에 들었고, 유석은 잠든 그를 초점 없는 눈으로 한참 쳐다보다가 진석이 사용하는 샤프를 들어 그의 눈을 찌르려한다. 그러나 다시 샤프를 내려놓고 조용히 방에서 나가고, 형이 나간 후 진석은 두 눈을 번쩍 뜬다. 오른쪽 다리를 절 때부터 형을 이상하게 생각한 진석은 겉옷을 챙겨입고 집 밖을 나가는 형을 따라간다. 진석은 왼쪽 다리도, 오른쪽 다리도 절지 않고 멀쩡히 걸어 택시를 타고 어디론가 향하는 형을 따라간다. 택시에서 내려 어두운 골목으로 걸어가는 형을 따라가보니 형이 납치됐을 당시 집으로 찾아왔던 형사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 형사들은 유석을 사장님이라고 부르고 형은 평소에 진석이 알던 형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형을 끝까지 쫓아가던 진석은 형사인 줄 알았던 두 남자에게 미행을 들키게 되고 좁은 골목 안쪽에 숨어들었다가 유석에 의해 쓰러진다.
다음 날, 전날 밤의 모든 것이 꿈이었던 것처럼 공부하던 책상에 그대로 엎드려져 자고 있었고, 침대에서 자고있던 유석의 모습을 보고 흠칫 놀란다. 진석은 형을 추궁하지만 형은 그가 신경쇠약 알약을 먹지 않은 줄 알고 되려 진석을 걱정한다. 형의 걱정에 진석은 내 착각이라며 한 시름 놓았지만, 진석은 유석이 학교로 향하고 책상 위에 놓인 샤프를 보고 확신한다. 유석은 진짜 내 형이 아니라고. 여태까지 진석을 속여오던 유석도 집에서 나오자마자 어제의 그 남자들과 통화를 한다.
자신이 생각하는 모든 게 사실이라고 확실하게 깨달은 진석도 모든 이야기를 어머니에게 털어놓는다. 그날 밤에도 심란한 마음에 악몽을 꾼 진석이 침대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내려오는데, 우연히 어머니의 통화를 엿듣게 된다. 어머니는 누군가에게 진석에게 아침에 들었던 이야기를 모두 하고 있었다. 어머니는 그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던 것처럼 통화를 이어갔다. 그러다 어머니는 진석이 대화를 모두 듣고 있었다는 것을 눈치채고, 진석은 더 위험해지기 전에 집에서 도망쳐 나온다. 비가 많이 내리는데도 그는 우산도 없이 집에서 다급히 나오다가 이제 막 들어온 아버지를 마주친다. 진석은 아버지도 자신의 아버지가 아님을 직감하고 그를 뿌리치고 맨발로 무작정 도망친다. 그러다 그가 도착한 곳은 가장 가까운 파출소. 목숨을 걸고 파출소로 도착해 가족에게 속았다는 이야기를 하지만 경찰은 믿지 않고, 진석의 신원조회를 한다. 경찰이 77년생 41살이 맞느냐 묻자, 그는 자신이 21살이라고 얘기한다. 경찰은 지금이 97년도라고 믿는 진석을 비웃으며 지금은 2017년이라고 얘기해준다. 그제서야 진석에게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경찰복, 스마트폰, 달력. 모든 것이 2017년이었고, 거울을 통해 들여다본 자신의 모습은 97년의 자신이 아닌 2017년의 자신이었다.
믿기지 않는 사실을 깨달은 진석은 터덜터덜 집으로 걸어와 그들과 직접 대면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들은 없고, 2층의 빈 방의 라디오에서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진석은 천천히 방으로 걸어들어간다. 꽃무늬 벽지와 그 한 가운데 쓰러진 마네킹. 그 주변으론 핏자국들이 낭자하고, 범행에 쓰인 것으로 보이는 칼이 있다. 꼭 범행현장을 꾸며놓은 듯했다. 그때 꾸며진 가짜가족들이 방으로 들어오고 진석은 그들에게 자신에게 무슨짓을 한거냐며 묻는다. 유석은 진석에게 20년 전 그 날의 진실을 얘기해준다.
한 방에서 엄마와 딸이 날카로운 흉기로 잔인하게 살인된 사건. 전국적으로 떠들썩한 사건이었지만 범인은 공소시효가 지나며 사람들에게서 잊혀졌다. 살인된 두 모녀의 유족은 결국 유석에게 청부업을 맡기게 되고 그는 범인인 진석을 찾아내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진석은 그때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고 현재의 진석도 그 사실을 부인했다. 모든 물증은 그가 범인이라고 가리켰지만 진석의 태도는 정말 범인이 아닌 듯 했다. 그래서 유석은 1997년 아버지 역할을 했던 최면 수사 전문가,박 선생을 데리고 와 최면수사까지 해봤지만 해리성 기억 상실증인 진석을 그때 당시의 끔찍했던 기억을 떠올리려고 하지 않았다. 그래서 박 선생은 끔찍했던 기억 이전, 행복했던 기억으로 돌아가 그때의 상황을 떠올리게끔 유도를 한 것이다. 드디어 최면에 빠진 진석은 1997년 새 집으로 이사하던 그 날로 돌아가고, 그때부터 가짜가족들과 함께 진짜 현실 속으로 들어오게 된 것이다. 최면에 걸린 그는 지금 이 가족들이 진짜라고 믿고, 그리고 1997년이라고 믿게 되었다.
그때 2층의 빈 방에서 들려오던 소리는 모두 범행현장을 꾸미기 위한 소리였다. 이사 온 첫 날, 살인자가 그날과 똑같은 현장에 들어오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는데, 유석이 경찰에게 납치를 당하는 바람에 일이 꼬이게 된 것이다.
달리는 차 안에서 진석에게 모든 상황을 설명해주던 유석. 세상에서 가장 고통스럽게 죽여준다며 협박을 하는데 진석은 달리는 차 안에서 뛰어내려 그에게서 도망친다. 무리하게 진석을 쫓아가던 유석은 전봇대에 들이받고 정신을 잃고, 도망가던 진석도 트럭에 치여 쓰러지게 된다.
그는 병원에 쓰러져 있는 동안 과거로 돌아간다. 이문세의 '옛사랑' 노래를 듣고 있던 진짜 가족들과 함께 새 집으로 가고있다. 엄마의 어깨에 기대어 자고 있던 진석은 갑작스런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고, 한순간에 부모님을 모두 잃고 형까지 식물인간이 되어 병원신세를 지게 된다. 그리고 IMF 외환위기까지 찾아오며 상황은 더더욱 악화된다. 형의 담당의사는 형이 더 위험해지기 전에 얼른 수술을 해야한다 말한다. 대출, 구인, 장기매매 등 돈이 될 수 있는 모든 걸 해야했던 진석은 살인청부업까지 의뢰를 받게 된다. 그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살인을 댓가로 돈을 받기로 하고 의뢰받은 집으로 향한다. 비가 엄청나게 쏟아지는 날이었고, 의뢰받은 사람은 그 집의 엄마였다. 진석은 집으로 들어가는 데까지 성공했지만, 안방에서 아들과 곤히 자고 있는 여자를 보고 도저히 죽일 수가 없어서 그냥 집에서 나가려 한다. 하지만 여자에게 그의 모습을 들키게 되고 그냥 나갈테니 조용히 있어달라고 부탁한다. 여자는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때 2층에서 내려온 딸이 낯선 남자를 보고 놀라 소리를 지른다. 귀를 찌를 듯한 소리에 진석은 두 귀를 막으며 그녀에게 소리를 지르지 말라고 얘기했지만, 딸은 2층으로 뛰어올라간다. 놀란 진석이 딸의 뒤를 쫓아가 말리려다가 사고로 딸의 복부를 찌른다. 딸은 그대로 숨을 거두었고, 뒤따라 와 그 모습을 본 엄마가 소리를 지른다. 진석은 그 여자도 죽여버린다.
두 여자를 살인하고 1층으로 내려온 진석은 아무것도 모르는 아들을 마주한다. 진석은 아들에게 1부터 100까지 열 번 세고 나면 엄마와 누나가 올 거라고 얘기해준다. 아들은 안방으로 돌아가 1부터 100까지 세기 시작하고, 진석은 그대로 집에서 나오려다가 가족 사진을 보게 된다. 가족 사진에 있던 남자는, 형의 담당의사였다.
진석은 담당의사에게 찾아가 이 사실에 대한 해명을 해주길 바란다. 의사는 왜 딸까지 죽였냐며 그를 탓하고, 흥분한 진석은 그와 싸우다가 실수로 옥상에서 그를 밀어버린다. 졸지에 사람 셋을 죽인 살인자가 되어버린 진석은 그대로 이성의 끈을 놓고 살게 된다.
다시 현재로 돌아와 병실에서 겨우 정신을 차린 진석은 모든 사실을 알게 되고 유석을 마주한다. 유석은 이제 그를 편히 끝내주려 약물을 주사기에 주입한다. 진석은 죽기 전 유가족에게 죽은 죄를 지었다고 전해주길 유석에게 부탁한다. 약물을 주입하려던 유석은 기억이 돌아온 진석을 추궁한다.
'왜 그 엄마와 딸을 죽였어? 죽은 여자의 남편이 시킨 거야? 사고 나기 한 달 전에 남편이 여자 앞으로 보험을 들어놨더라고.'
살해된 여자의 어린 아들은 유석이었다. 진석만큼이나 무서운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살았던 유석은 왜 자신을 그때 죽이지 않았냐며 진석을 원망한다. 진석은 한참 늦은 진심어린 사과를 그에게 전한다. 하지만 20년 세월의 고통이 사과 한 마디로 잊혀질리가 없었다. 유석이 아버지가 시킨 거냐 다시 한 번 묻지만, 더 이상 유석이 시달리지 않길 바란 진석은 그에게 자신이 꾸민 짓이라고 거짓말을 한다.
유석은 그를 죽이려던 주사기를 내려두고 그대로 병원 창문에서 뛰어내려 아버지와 같은 최후를 맞는다.
진석도 유석이 두고 간 약물을 자신에게 주입해 이 고통을 끝내기로 한다.
관람 후기
누구도 행복해지지 않는 영화의 결말이 너무 안타까웠다. 유일하게 남은 가족인 형을 위해 해서는 안 될 짓까지 해버린 진석과 그에게 모든 가족을 잃고 평생을 원망하며 살아온 유석. 이 둘의 이야기를 주로 다루기는 하지만 97년 당시의 많은 사람들의 절박함을 그 둘을 통해서 보여준 것 같았다.
영화를 두 번째 보는데 처음엔 보이지 않던 장면이 보여서 재밌었다.
장항준 감독의 새로운 연출
예능에서 모습을 많이 비추던 장항준 감독이 스릴러 장르의 영화 연출 맡았다고 해서 사실 반신반의하며 영화를 관람했다. 워낙 유쾌한 사람이라 스릴러를 맡기엔 어색하지 않을까 했는데 역시나 감독은 감독인가보다. 장면 장면마다 따라오는 디테일들이 너무 좋았고 2번,3번 관람에도 지루하지 않게 액션을 적절히 섞은 것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앞으로도 다양한 장르에서 장항준 감독을 만나보고 싶다.